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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야네 살림수첩
제목:황혼의 이중계약 - 5부 - 가면 뒤의 얼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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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고급 부티크 거리, 오후.
은옥은 럭셔리한 선글라스를 끼고 샤넬 매장 안을 거닐고 있었다. 진우는 몇 발짝 뒤에서 그녀의 쇼핑백을 들고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직원들은 은근히 둘의 관계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지금쯤이면 손 한 번쯤 잡고 싶은데, 참는다, 김진우.”
은옥이 쇼파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은근히 유혹하는 거 아시죠?”
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나 은옥이야.”
그날 저녁, 미술관 로비.
은옥은 전시 중인 그림 앞에 멈춰 섰다. 진우는 그 옆에 조용히 섰지만, 그보다 그림보다 더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그림, 슬프죠?”
진우가 말했다.
“응. 누가 봐도 사랑인데, 서로 등을 돌리고 있어.”
은옥은 대답하며 천천히 돌아섰다.
“진우 씨. 당신,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있죠?”
그 순간 진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슨 말씀이세요?”
은옥은 가볍게 웃으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눈동자에 그림자가 져.”
그녀는 뒤돌아서며 말한다.
“내가 모를 것 같지? 우리 계약, 당신이 원한 게 아니었다는 거.”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은옥의 힐 소리가 텅 빈 전시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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