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후. 은옥은 종길의 빈집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유산도, 보장도 없이. 심지어 종길은 진짜로 절에 들어갔고, 연락도 끊긴 상태였다. 그날 이후 은옥은 결심했다. 다시는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겠다. 내가 이긴다, 인생을.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결심을 조롱하듯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왔다.
늦은 밤,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은옥이 문을 열자, 낯선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저… 종길 씨의 첫사랑이에요. 그리고… 그와 제 사이에 숨겨진 손자가 있어요.”
은옥은 미간을 찌푸렸다.
“또 핏줄 타령이야? 근데 왜 하필 나한테 와?”
그녀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종길 씨가 출가 전 당신 앞으로 맡긴 계약서예요. 그 사람, 당신이 외롭지 않게 살길 바랐어요.”
은옥이 봉투를 열자, *‘이중계약’*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있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본 계약에 따라 종길은 은옥에게 가짜 유산을 조건으로 동거 및 병간호 계약을 맺고, 실제 유산은 절에 기부하며, 계약 종료 시 은옥의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고급 요양원을 평생 이용할 권리를 부여한다.
은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양반… 사랑은 없었어도 책임은 있었네.”
그녀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젠 진짜 자유네. 나, 요양원 말고 호텔로 갈 거야. 내 인생, 내가 계약한다.”
그 순간, 뒤에서 또 누군가 나타났다. 이번엔 젊은 남자였다.
“저… 혹시 은옥 할머니 맞으세요? 저는 종길 씨 손자예요. 그런데 사실은…”
그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전 당신을 뵈러 온 이유가… 종길 할아버지께서 저보고 당신과 진짜 계약 결혼을 해보라 하셨어요.”
은옥은 잠시 말을 잃었지만,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스물아홉이면… 딱 내 첫사랑 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