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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야네 살림수첩
《다시, 봄처럼》 1- 본문
병원 골목의 초입, 따스한 햇살 아래 두 개의 간판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하나는 “마루 동물병원”, 그리고 그 옆엔 “세림 내과의원”.
“강아지 심장 초음파 끝났어요.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마루 동물병원의 대표 수의사, 정현우는 젊고 잘생긴 얼굴 뒤에 따뜻한 손길을 숨긴 남자였다.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무던히 다정했다.
어느 날, 옆 병원에서 대기 중인 보호자가 갑자기 쓰러졌고, 누군가 급히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혈당 떨어지셨나 봐요.”
흰 간호복 위에 핑크색 가디건을 걸친 여자, 윤세림이었다. 현우는 순간 숨을 삼켰다.
열일곱, 봄날의 교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얼굴.
첫사랑, 그리고 아직도 그리운 이름.
“세림이...?”
그녀도 그를 바라봤다. 살짝 놀란 듯, 그리고 금세 웃으며 말했다.
“정현우...? 와, 진짜 오랜만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거리낌 없는 대화, 눈치채지 못한 미소들. 함께 하는 점심,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
현우는 어느새 그녀의 퇴근 시간을 기억하게 됐고, 세림은 그의 병원 강아지 ‘콩이’를 돌보며 자연스럽게 그의 하루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그때 왜 연락 안 했지?”
“음... 네가 이민 간다고 해서. 괜히 방해될까 봐.”
그 시절, 너무 좋아서 더 멀어진 마음. 하지만 이번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저녁, 병원 앞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현우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이번엔, 그냥 좋아하자. 어때?”
세림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다시 봄이 왔으니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기 고양이와 댕댕이, 퇴근 후 커피 냄새와 미소 속에서.
첫사랑이 다시 피어나는 계절, 둘만의 봄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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