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처럼》 4 - 입술 위의 침묵
“정현우 선생님, 세림 간호사님 좀 조심하세요.”
갑작스레 건네진 말이었다. 내과병원 약사, 장미정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 사람, 예전에 문제 많았잖아요. 서울에서 병원 하나 망한 것도 그 간호사 일 때문이었고… 이상하게 피해자 코스프레 잘하더라.”
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 이상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지켜요.”
그 말을 남기고 병원을 나서며 그는 생각했다.
사랑은 늘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전부라고 믿었는데,
때로는 싸워야 지켜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한편 세림은 요즘 들어 자주 울었다.
현우 앞에서는 웃지만, 집에 돌아오면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안다. 그때의 선택이 옳았어도, 누구에게나 진실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며칠 후, 세림은 예상치 못한 얼굴을 마주쳤다.
김주현. 그 남자. 과거의 그가 응급실에 환자 보호자로 다시 나타났다.
그는 익숙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세림아. 아직도 날 미워해?”
“이제는 무서워하지 않아.”
“그래? 나야 아직 너 좋아하지.”
“웃기지 마.”
대기실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있었다.
정현우였다.
그날 밤, 그는 세림을 병원 옥상으로 불렀다.
도시의 불빛 아래, 두 사람만의 조용한 공간.
현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넌 그냥, 여기 있어. 내가 말할게. 내가 싸울게.
너는 그냥, 내 곁에만 있어 줘.”
세림은 입을 떼려다, 다시 다물었다.
입술 위에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말들이 그의 품 안에서 전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사랑은 끝까지 지켜보는 마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