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유언ㅡ시즌2. (숨겨둔 아들의 등장 )
1.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 남자는 키가 크고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윤태석 씨… 제 아버지입니다.”
영숙은 그 말을 듣고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또? 이번엔 무슨 드라마야?”
남자는 신분증과 DNA 검사지를 꺼내 보였다.
부자 관계 일치율 99.97%.
이름은 윤지호, 28세. 어머니는 태석이 과거 회사에서 근무하던 비서였다고 했다.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무것도 못 받았습니다.
유언이 수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 몫을 요구하러 왔습니다.”
영숙은 비웃었다.
“몫? 그거 다 다른 여자한테 갔다니까. 나도 못 받았어.”
지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그 여자, 이수진… 그 사람한테 가야겠군요.”
2. 삼각 전쟁
며칠 뒤, 영숙은 소문을 들었다.
지호가 수진과 손을 잡았다는 것.
둘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태석의 진짜 가족’이라며 영숙을 가정 파괴범처럼 몰아세웠다.
기자 앞에서 수진이 말했다.
“태석 씨는 생전에 저와 우리 아이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영숙 씨가 유언을 무시했습니다.”
영숙은 TV를 보며 박수를 쳤다.
“와… 너희 둘이 아주 환상의 커플이네. 유전자 검사 두 장으로 내 인생을 흔들려고?”
3. 남편의 세 번째 비밀
그날 밤, 영숙은 금고 속 서류를 다시 뒤지다가 낯선 USB를 발견했다.
비밀번호는 ‘1108’ — 그들의 결혼기념일이었다.
USB 속 영상에서 남편 태석이 나타났다.
“영숙아… 혹시 지호라는 애가 나타나면, 이걸 경찰에 보여줘.
그 애… 내 아들이 맞긴 하지만, 회사 비자금을 빼돌린 장본인이야.
수진이랑 짜고 날 협박했어. 이 증거를 쓰면 둘 다 무너질 거다.”
영상 속 태석은 마지막에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미안하다.”
영숙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이제 내 차례네.’
4. 폭탄 투하
다음 날, 영숙은 일부러 기자회견장을 찾아갔다.
기자들 앞에 USB 영상을 틀었다.
태석의 고백이 끝나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기자들이 수진과 지호를 향해 소리쳤다.
“정말 회사 비자금을 빼돌린 게 사실입니까?”
“윤태석 씨를 협박했나요?”
수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지호는 씩씩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5. 마지막 역전
며칠 후, 경찰이 수진과 지호를 횡령 및 협박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재벌가 막장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영숙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태석… 죽어서도 나한테 복수의 무기를 남겨줬네.’
그런데, 그날 저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1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혹시… 최영숙 씨 맞으세요? 저는… 윤태석 씨 딸입니다.”
영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야, 태석아… 이건 진짜 마지막 시즌이지? 제발.”
남편의 유언
그날도 병실은 무겁고 숨막히는 공기 속에 잠겨 있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몰아쉬는 남편, 윤태석. 결혼 35년, 중견기업을 일군 부자였지만,
심장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여보… 나… 마지막 말… 꼭 들어.”
그가 힘겹게 손을 뻗었다.
아내 최영숙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보… 말해. 다 들어줄게.”
남편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첫마디.
“나… 죽으면… 집, 회사… 다… 수진이한테 줘.”
순간, 영숙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수진이… 내… 첫사랑… 30년 전… 다시… 만났어.
그동안… 내가 몰래… 생활비 줬어.
우리 아들… 준호… 사실… 내 친아들 아니야.
수진이 아들이야…”
영숙은 숨이 막혔다. 병실의 공기가 돌연 사라진 것 같았다.
“지금 장난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
“아냐… 그 애… 힘들게 살았어… 나… 보상하고 싶어…”
눈물이 아닌 분노가 터졌다.
“윤태석!!! 당신 지금 유언이라면서 나한테 칼을 꽂네! 30년을 속였다고?”
태석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영숙아… 부탁이야… 내가 죽으면… 금고 열어… 거기… 모든 서류랑 돈 있어… 전부 수진이한테…”
그러더니, 삐— 소리와 함께 심전도 그래프가 일직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