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왜 도망가 (1편)

사랑은 늘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가도, 금세 흩어지는 바람 같았다.

나는 그 바람을 붙잡으려 두 손을 뻗었지만, 매번 허공만 움켜쥐었다.

사랑아, 사랑아. 왜 너는 늘 도망만 가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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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사랑의 그림자

열아홉 살의 여름, 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제대로 알았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단어가 아니라,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지고, 잠들기 전까지 얼굴이 떠올라 미소 짓게 하는 그 감정.

그는 내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주던 소년이었다. 커피숍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나를 향해,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눈인사를 건네던 사람. 아무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그의 기타 줄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이름조차 붙이기도 전에 흩어져 버렸다.

졸업, 진학, 집안 형편, 그리고 서로의 용기 부족.

그 많은 이유가 한꺼번에 몰려와, 우리가 손을 잡기 전에 서로의 뒷모습을 먼저 보게 만들었다.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묻고 또 물었다.

“사랑아, 사랑아. 왜 너는 나에게서 도망갔니?”

 

2. 두 번째 사랑의 아픔

스물여섯 살, 직장에 적응할 무렵 찾아온 사랑은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그는 내 상사였고, 나는 그의 부하 직원이었다. 날카로운 일상 속에서 그가 보여준 사소한 다정함은 내 마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점심은 먹었어?”

“힘들면 조금 쉬어.”

그 짧은 말 속에서 나는 보호받는 기분을 느꼈고,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우리는 조심스레 가까워졌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가혹했다. 그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랑은 달콤했지만 동시에 독이었다. 나는 끝내 그를 보내야 했다. 그의 행복을 빌며, 내 마음은 서서히 바스러졌다.

그날도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랑아, 사랑아. 왜 나를 시험하다가 떠나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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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 번째 사랑의 미련

서른 중반, 나는 더 이상 사랑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줄 알았다. 사람은 일과 돈, 그리고 안정된 삶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나보다 두 살 어렸고, 거칠지만 솔직했다. 나는 그의 꾸밈없는 웃음과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우리는 자주 만나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가끔은 아무 말도 없이 긴 산책을 했다. 함께 있는 시간은 따뜻했고, 평온했다. 이 사람과라면 평생을 걸어가도 괜찮겠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의 두려움이 문제였다. 나이가 들어 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다. 사랑을 붙잡기에는 용기가 부족했고, 끝내 내 손으로 그를 놓아버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왜 나를 밀어내는 거야? 나는 도망가려 한 적이 없는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는 계속 물었다.

“사랑아, 사랑아. 왜 이번엔 내가 너를 도망치게 했니?”

 

4. 돌아보니, 사랑은 늘 곁에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사랑은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잡을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사랑은 떠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닫혀 있던 순간을 찾아 떠돌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이 나를 피해 도망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사랑을 두려워해 등을 돌린 적이 더 많았다. 상처받을까 봐, 실패할까 봐, 끝이 두려워 시작을 피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사랑아, 사랑아. 왜 도망가니?”

그게 아니라,

“나여, 나여. 왜 도망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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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금이라도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은 완성되지 못한 채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허망하거나 슬프지만은 않다.

사랑이란 완벽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느끼고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의 눈빛에 설레었던 순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위로받았던 순간, 그 모든 순간이 결국 사랑이었다. 비록 끝내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사랑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 힘이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금 속삭여 본다.

“사랑아, 사랑아. 이제는 도망가지 말고, 나와 함께 걸어가 줄래? 이번에는 내가 끝까지 널 붙잡을게.”

 

6. 결론처럼

사랑은 늘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가 눈을 감으면 놓치고, 마음을 닫으면 멀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또다시 찾아온다. 마치 계절처럼, 바람처럼, 해가 뜨듯 어김없이.

그러니 사랑아, 사랑아. 이번엔 제발 도망가지 마.

그리고 나여, 나여. 이번엔 제발 두려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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