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르신의 열정 사랑 2편

notes2451 2025. 9. 2. 09:40
728x90

 사랑은 다시 피어난다 

겨울바람이 차갑게 스치는 날, 정순은 복지관에서 한길과 함께 김장을 했다. 무거운 배추를 옮기다 잠시 허리를 펴자, 한길이 다가와 말했다.

“허리 아프시죠? 내가 들어드리리다.”

정순은 잠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내가 아직은 할 수 있어요. 괜히 민폐 되기 싫거든요.”

그러자 한길은 장갑 낀 손으로 배추를 받아 들며 말했다.

“민폐라니요. 사랑하는 사람 돕는 건 기쁨이죠.”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쏠렸고, 정순은 얼굴이 붉어졌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낯설고도 짜릿한 일이었다.

 

다시 배우는 청춘의 감정

겨울이 깊어지자, 두 사람은 종종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 극장에 갔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어느 날,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던 순간이었다. 눈송이가 흩날리며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정순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머, 첫눈이네요.”

한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첫눈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아야 한다던데요.”

정순은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손끝은 따뜻했다. 그 순간, 정순은 자신이 여전히 ‘연애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사랑 앞의 현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달갑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복지관의 몇몇 친구들은 수군거렸다.

“저 나이에 연애라니… 창피하지도 않으실까?”

“손주도 있는 나이에 저게 무슨 짓이람.”

이런 말들이 정순의 귀에 들어올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한길은 단호했다.

“정순 씨, 우리 나이에 남들 눈치 볼 필요 있겠습니까? 그저 남은 날 동안 행복하면 되지요.”

정순은 그의 굳은 눈빛에서 힘을 얻었다.

“맞아요. 나는 이제 내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가족과의 화해

정순의 딸은 여전히 걱정스러워했다.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봐 그래요.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약해지잖아요.”

정순은 딸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얘야, 나이가 들면 사랑이 더 필요하단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알지만, 이제 나는 사랑을 숨기지 않고 살고 싶어. 네가 이해해주면 좋겠구나.”

딸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가 진짜 행복하다면… 나도 응원할게요.”

그 순간, 정순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눈물을 훔쳤다.

 

작은 여행, 큰 행복

 

봄이 오자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전주로 여행을 떠났다. 전통 한옥마을을 함께 걸으며, 길거리 음식을 나눠 먹고, 사진도 찍었다.

밤에는 한옥 숙소에서 창호지 문을 열고 달빛을 바라보았다. 정순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 나이에 이렇게 설레는 여행을 할 줄은 몰랐어요. 당신 덕분이에요.”

 

한길은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정순 씨, 우리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는 사랑을 합시다.”

그 말에 정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갈망해온 완전한 사랑을 만난 감격의 눈물이었다.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사랑은 젊은 날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수많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만나는 더 뜨겁고 간절한 감정이었다.

정순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여든의 문턱에서 다시 스무 살이 되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와 함께 웃고 울며 하루를 채워간다.

사랑은 나이가 아니라, 용기와 마음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녀의 글씨는 떨렸지만, 마음은 더없이 단단했다.

 

정순과 한길의 두 번째 계절은 이렇게 흘러갔다.

남들 눈에 그들의 사랑은 늦은 나이의 기이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그것은 청춘보다 뜨겁고, 봄꽃보다 찬란한 열정의 사랑이었다.

그들은 알았다.

“사랑에는 마지막이 없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끝없이 시작할 수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