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18년.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믿었다.
맞벌이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명절이면 양가 부모님 챙기고, 매일 저녁이면 가족을 위해 밥을 차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늘 바쁘고, 피곤하고, 외로웠다.
누가 봐도 ‘아내’와 ‘엄마’로는 성실했지만 ‘여자’로서의 나는… 오래전부터 사라져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성실하게 회사에 다니고, 성실하게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성실한 것과 따뜻한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 그런 말은 연애할 때 잠깐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대화의 대부분이 “쌀 샀어?” “아이는?” “카드 썼어?”
이런 말들로만 채워졌다.
서로 피곤하고 바빴다는 이유로, 우리 사이엔 점점 대화가 줄어들었다.
감정도 줄고, 관심도 사라졌다.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휴대폰을 소파에 놓고 화장실에 간 사이
우연히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그 여자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남편은 웃는 이모티콘을 많이 쓰고 있었다.
나는 충격받지 않았다.
단지, ‘나한텐 왜 그렇게 웃지 않았을까’ 그게 너무 서운했다.
이혼을 말했을 때 처음 이혼을 꺼냈을 때, 남편은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말했다.
갑자기라니. 나는 수년간 이 마음을 참고 살아왔는데.
“나 지금 행복하지 않아.” 그 말을 꺼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그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다시 노력해보자는 말도 없었다.
침묵이 답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18년의 결혼 생활이.
혼자가 된 첫날 이삿짐이 빠진 집.
텅 빈 거실에 앉아 창밖을 봤다.
낮인데도 너무 조용해서 내 존재가 벽 속에 흡수되는 기분이었다.
“잘한 걸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건 아닐까?”
그날 밤, 나는 수십 번 자책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후회는 없었다.
슬펐지만… 자유로웠다.
무언가에 갇혀 있던 삶에서 겨우 벗어난 느낌이었다.
내 인생을 다시 만나다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봤다.
커피도 진하게,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주문했다.
주말엔 시장이 아닌, 전시회에 갔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 떨다 저녁을 먹었다.
문득 거울을 봤을 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초라했는지를 깨달았다.
화장도 안 하고,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다니던 나.
다시 립스틱을 사고, 치마를 입고, 머리를 묶지 않고 풀어보았다.
거울 속 여자는 어색했지만, 나였다.
아이들과의 거리, 그러나 아이들은 아빠와 살고 있었다.
물론 나도 자주 만났고,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큰 아이는 내 손을 꼭 잡았고, 작은 아이는 가끔 말없이 울었다.
“엄마가 나간 게 미안해.” 나는 아이들의 눈을 보고 말했다.
그날, 큰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가 웃는 게 좋아. 전보다 훨씬 좋아 보여.
그러니까… 이제 엄마도 엄마 인생 살아.”
나는 또 울었다.
이번엔 죄책감이 아닌 위로였다.
누가 뭐래도, 이제는 나답게 이혼은 실패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저…
내 삶이 더 이상 소모되지 않도록, 내 감정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더 이상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가끔은 외롭다.
아무 말 없이 불 꺼진 방에 누울 때면 낯선 공기가 목을 조이기도 한다.
그럴 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어두워도, 그 위엔 별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것.
결혼으로 잃은 자신을, 이혼으로 다시 찾았습니다.
모든 여성이, 자기 인생을 살아갈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 앞에 서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