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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년차.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은,
그저 오래 함께 산 ‘같은 집 사람’일 뿐이다.
처음엔 설렘이었다.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웃었고,
그 사람이 힘들어 보이면 내 마음도 먹먹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커서 대학을 가고,
하루 종일 집엔 우리 둘뿐이 됐다.
이상하게도 그날부터였다.
눈이 마주쳐도 할 말이 없고, 같이 있어도 따로인 시간들.
식탁에 마주 앉아도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남편.
나는 괜히 싱크대에 붙어 서서, 수세미만 문질렀다.
이게 우리 부부의 끝일까?
정말 이게 ‘남은 인생’의 시작인 걸까?
“엄마, 이제는 엄마 인생 좀 살아봐”
딸아이가 그렇게 말하던 날, 나는 처음으로 ‘나’를 위해 커피 한 잔을 샀다.
남편 없이 혼자 영화도 봤다.
햇살 좋은 날엔 공원 벤치에 앉아 그냥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문득, 결혼 전 내가 좋아하던 음악, 그림, 글들이 내 안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날, 남편이 물었다. “요즘엔… 뭘 그렇게 바빠?”
처음으로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 인생 좀 살아보느라.”
언젠가부터 나를 잊고 살았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이제, 나는 ‘나’로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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