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눈부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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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부드러웠다. 햇살은 벚꽃잎처럼 사르르 쏟아졌고, 거리는 봄기운으로 들떠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 앞, 한 여자가 서 있었다.
흰색 셔츠에 연분홍색 립스틱, 눈웃음이 예쁜 여자였다. 이름은 이서윤. 스물셋. 대학 졸업을 앞둔 마지막 봄이었다.

“기다렸어?”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셔츠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강도윤. 깔끔한 이목구비, 높은 콧대, 웃을 때 살짝 드러나는 보조개.
그는 서윤을 볼 때마다 숨을 참았다. 너무 예뻐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한참. 네 생각하면서.”

순간, 도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 여자는 사람 마음을 너무 쉽게 흔든다.
“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
그는 머쓱한 웃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봄바람이 더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둘은 홍대 골목길을 걸었다. 벽화가 예쁘게 그려진 카페 앞에서 서윤이 말했다.
“저기, 저기 가보고 싶었어.”
도윤은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줬다.
“여기 분위기 진짜 좋다.”
“네가 있으니까 더 좋지.”

서윤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입꼬리를 올렸다.
“도윤아, 너 말 예쁘게 한다.”
“예쁜 네 앞이라 예쁜 말만 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도윤의 눈은 진심으로 가득했다.

둘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웃고, 또 웃었다.
햇살 아래 서윤의 머리카락은 금빛으로 반짝였고, 도윤은 그 모습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너는 왜 그렇게 예쁘냐.”
“너는 왜 그렇게 잘생겼냐.”
둘은 동시에 말을 내뱉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윤은 서윤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눈웃음이 따뜻하고, 말할 때 손끝이 귀엽고, 자기를 볼 때 눈동자가 투명해서.
서윤은 도윤이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얼굴이 잘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말투와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다 예쁘게 느껴져서.

그들은 ‘예쁘고 잘생긴’ 두 사람이 아닌, 서로를 특별하게 빛나게 해주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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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 여름이 올 무렵, 도윤은 서윤을 데리고 한강으로 갔다.
“서프라이즈 있어.”
“설마 고백 다시 하는 거야?”
“이미 사귀고 있는데 무슨 고백이야.”
도윤은 웃으며 피크닉 매트를 펼치고, 도시락을 꺼냈다. 손수 만든 도시락이었다. 김밥은 삐뚤빼뚤했고 계란말이는 조금 탔지만, 정성이 느껴졌다.

서윤은 그걸 보며 입을 틀어막고 웃었다.
“너 진짜 이런 거 잘 안 할 줄 알았는데.”
“너한테만은 뭐든 하고 싶더라.”
그리고 그는 꺼내들었다.
하늘빛 곱게 도는 팔찌 하나. 작은 은하수 펜던트가 반짝였다.

“이거, 우리 커플팔찌야. 너무 유치하긴 한데, 너랑 하고 싶었어.”

서윤은 아무 말 없이 팔을 내밀었다.
도윤은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채우며 말했다.
“우리 오래 가자.”
“응, 아주 아주 오래.”

팔찌는 햇살에 반짝였고, 그날 하늘은 이상할 정도로 푸르렀다.
이유 없는 눈물 한 줄기.
서윤은 괜히 울컥했다.
그런 감정, 처음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각자의 길로 향하게 되었다.
도윤은 군에 입대했고, 서윤은 첫 직장에 출근했다.
카톡은 매일 이어졌지만, 얼굴을 보기 어려운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어느 날, 서윤은 친구에게 말했다.
“기다리는 것도 사랑이라는 걸 이제 알았어.”
그 말은 곧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도윤이 전역하고 돌아오던 날, 서윤은 터미널에 나갔다.
긴 머리는 묶고, 그 팔찌를 여전히 차고 있었다.

멀리서 도윤이 나타났다.
깡마르고 까맣게 탄 얼굴.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보고 싶었어.”
도윤이 먼저 말했고, 서윤은 뛰어가 안겼다.
“진짜, 정말 보고 싶었어.”

2년 뒤, 어느 평범한 겨울 저녁.
서울의 골목길, 작은 카페에서 도윤은 무릎을 꿇었다.
작은 반지함, 그리고 한 마디.

“서윤아,
너라서, 그 모든 순간이 눈부셨고
앞으로의 모든 순간도 너였으면 좋겠어.”

서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삭였다.
“그래, 너니까. 나도 너니까.”

그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서로의 숨소리만 들렸다.

사랑은 때로는 얼굴에서 시작되지만,

진짜 사랑은 마음이 예뻐서 계속되는 것.
너와 나의 예쁨과 잘생김은 겉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거야.

사랑은 결국,
'너라서 좋은 사람'을
'너니까 예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기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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